티스토리 뷰

BL

그웬돌린, 화도월해

wgmg 2018. 4. 29. 04:30

화도월해(2015)
★★★☆
천이현(천영현) × 설이련



윤나라에는 몇 대에 걸쳐 날개달린 천인이 태어납니다.  하늘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천인이 살아있는 동안 나라는 대풍년이 들고 그녀들의 자손은 성군으로 길이 추앙받습니다.  설이련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이번 대의 천인은 전례없이 남자로 태어났지만 그 신성함 때문에 날 때부터 황태자의 짝으로 내정됩니다.  그리고 그가 열여섯이 되던 해. 황태자가 그를 반려로 맞이하기 위해 소천으로 찾아옵니다.


설이련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전생에서 황태자로부터 도망쳐 소티스로 건너갔으나 그곳에서 스승님과 함께 불에 타 죽었습니다. 분명히  저승강을 건넌 기분이 드는데. 눈을 떠보니 그곳은 여전히 소천입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의  전부인 스승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습니다. 불에 타죽는 그 지독한 고통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그것은 단지 꿈이었을까요.  절망에 빠진 설이련은 그곳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스승님과 몹시 닮은 황태자에게 붙잡혀 그대로 황궁으로 끌려갑니다. 잔인하고 음란한 황태자가 다정하고 성실한 스승님과 같은 사람일리가 없는데도.  설이련은 자꾸만 그에게서 스승의 그림자를 찾아냅니다.


천영현은 둘째왕자로 태어나 황궁에서 죽은 듯 살고  있습니다. 황태자비로 내정된 천인에게 그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욕심이 생긴 그는 불과 여섯살의 나이에 황자의 지위를 버리고 천인의  시중을 들기 위해 함께 소천으로 떠납니다. 천사같은 생김새의 아름다운 소년이 자라는 걸 지켜보며 그는 점점 초조해집니다. 이제  곧. 아이가 열여섯이 되어 황태자가 그를 데려가면 천영현에게 더이상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천영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는 사랑을 바라게 되었을까요. 하지만 설이련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그만을 바라보게 만들었는데도. 설이련은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애정, 믿음, 신뢰...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보다 더한 것을 설이련은 그에게 내주었으나 결코  사랑만은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천영현은 설이련에게서 오로지 그것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에게서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천영현이 선택한 길은 설이련에게 잔인하고 이기적입니다. 사실 설이련이 천영현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길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


다정하게.
해 드리고 싶지만.
불행히도 알지 못하는지라.


.


다시한번 고하나이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져 아무 것도 예전과 같지 않사옵니다. 태자 전하. 전하께옵서는 하늘이 선택한 태자 전하 이시옵고, 그리고 신첩이.
태자전하를 은애하고 있으니.
그러니 모든 건 달라졌사옵니다.


.



설이련이든  천이현이든 두 사람은 지독히 서로에게 집착하고 있습니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서로를 위해서라면 둘은 무슨 짓이라도 하는데, 천이현이 더욱 잔인해진다면  설이련은 스스로를 학대하지요. 두 사람 다 전생에 너무나 얽매어 있어서 보기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하긴 어지간히 지독한 삶을  살았어야죠. 그래서인지 승리자가 된 후에도 그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아보입니다. 얽매이는 것들에서 벗어났다면 조금 더 자유로워져도  좋을텐데, 그들은 그들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속박 하니까 말인데 천이현이 설이련에게 하는걸 보면 그간 참 잘도 참았다  싶은 구석이 많습니다.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아무리 길들이고 싶었대도 그렇지... 그냥 변태가 따로 없어요.


초반에  설이련이 멍청하게 굴어서 민폐수 아닌가 싶으신 분들은 걱정을 접으셔도 좋아요. 설이련 또한 천이현을 지키기 위해 꽤  헌신적이거든요. 천이현도 무작정 지킨다기보단 이용해 먹을건 다 해먹는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단지 설이련이 스승이나 제자라고 하는게  싫어요... 전생은 전생이었으면 좋으련만. 복수를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로 남은 지난 생의 감정소모를 이번 생에서까지 하게 되는건 좀  질리지 않나요. 결국 설이련은 스승을 사랑하지 못하였고 그가 사랑하게 된 건 스승이 아닌것을요.


처음  화도월해를 봤을 땐 어쩐지 그웬돌린님의 글답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웬님 글은 대개 읽기에 가볍고 유쾌한 편인데 화도월해의  배경이나 분위기는 그런 것과는 좀 떨어져 있습니다. 또다른 그웬님의 동양풍 작품인 인연과도 꽤 다르고요. 다른 매력이지만  화도월해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총 네권으로 내용이 몹시 긴데다가 전반적으로 우중충하고 암울한 분위기여서 가볍고 유쾌하게 읽고 싶을 때  적합한 작품은 아니예요. 별 네개를 적어놓을까 했는데, 검은 별 네개가 아니라 ★★★☆+☆  ...어쩐지 이런 식으로 적어놓고픈 느낌입니다.



.


당신은 온전하고 정당하게 갖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래. 당신에게 흠이 없는 옥좌를 주고 싶어.
나를 위해서 아무것도 포기하게 하고 싶지 않아.


.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지요.

하늘이 푸르다든가, 꽃이 아름답다든가, 곁에 있는 사람들이라든가,
혹은 저는 역시 비가 좋다는 생각들.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아마 이 몸은 결국 이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우지, 부시통  (0) 2018.04.29
유우지, 플레이스 투 비 Place to be & More than words  (0) 2018.04.29
장량, 킬더라이트 Kill the Light  (0) 2018.04.29
그웬돌린, 인연  (0) 2018.04.29
유우지, 숲바다 : 용조야담  (0) 2018.04.29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