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Diaphonic Symphonia (2008)
★★★★★
일레이 리그로우 × 정태의
리하르트 타르텐 × 크리스토프 타르텐



디아포닉 심포니아는 패션에 이은 외전입니다.
본편인 패션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태의가 일레이와 함께 베를린에 자리잡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구체적인 기간은 나오지 않지만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뀔만큼의 시간이 지났다고 해요. 정태의도 이젠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을 할만큼 베를린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종종 외부로 일을 나가는 일레이가 어쩐지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두달이나 집을 비운 와중에, 정태의는 카일의 부탁으로 도둑맞은 책을 찾아 드레스덴에 있는 타르텐가에 방문합니다. 그곳에서 정태의는 크리스토프 타르텐-카일의 책을 훔쳐간 장본인-을 만나고, 그의 손님으로 잠시 타르텐 가에 머무르게 됩니다.


패션 시리즈의 두번째 글입니다. 여전히 테러범리스트에 올려져있는 두 사람이라 일레이는 어딘지 위험스러운 일을 하고 있고, 정태의는 베를린에 콕 박혀있어요. 패션 본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두 사람의 달달한 씬도 꽤 나옵니다. 서로 확실히 고백도 하고, 히든트랙에 보면 속궁합도 드디어...!


정태의는 이곳에서도 그 성격 때문에 크리스토프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본편에 이어 또 구르게 되지요... 다만 기본적으로 상냥하기는 해도 좀처럼 오지랖을 부리지 않는 정태의는 꽤 적극적으로 크리스토프의 편에 서는데, 다른 인물이라면 짜증날법한 행동도 정태의가 하면 그냥저냥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크리스토프가 정말 안쓰럽기도 하고.


일레이는 신진 기업가나 악덕 변호사-정태의의 표현에 의하자면-같은 차림으로 타르텐가의 손님으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두달이나 행방이 묘연하던 그가 뜻밖에 타르텐에서 정태의와 딱 마주치지요. 어째서인지 그는 정태의의 본명을 드러내지 않고 모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그래봤자 끝까지 숨길수는 없고, 늘 그렇듯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합니다. 그래도 정태의를 대하는 어느 부분은 꽤 달달해져서 본편에 나온 사람잡던(말 그대로의 의미로) 그 미친놈이 이 미친놈이 맞나 싶어요. 애인이라고 서슴지않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본편보다는 달달한 미친놈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레이는 매력이 넘칩니다.



.



네가 없다면 감각이 희미해.
화도 거의 나지 않고 불쾌감도 거의 느낄 일이 없어.
기분 좋을 일도 없고, 즐겁지도 않아.

무미건조하단 말이야...
아무런 자극도 없이. 머릿속이 둔해지는 것 같이. 별로 느껴지는 감각이 없어.
그럭저럭 즐겁고, 그럭저럭 유쾌하고, 그럭저럭 화가 나고.



.




크리스토프 타르텐은 엄청난 외모의 남자입니다. 그냥 어지간한 미모가 아니라 온몸이 조각같은 아름다운 남자라네요. 신루같은 사탕과자 스타일의 취향을 고집해온 정태의조차 취향이 바뀔 지경이라며 잠깐이나마 혼을 뺄 정도로 완벽한 외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생길수록 성격이 더러운 패션 세계관에서 당연히 그는 범상치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레이와 소꿉친구에 같은 기동대 소속이었다는데 말해 뭐하겠어요. 그래도 그는 일레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크리스토프는 애초에 무언가가 결핍된 인간이거든요. 타인과 닿는 그 따뜻한 느낌이 어떤 감정을 몰고 오는데,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 감정을 무작정 불쾌하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접촉기피증과 결벽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촉감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접촉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여간 온갖 정신병은 다 달고 있는데, 그런 인간이 하필이면 힘도 쎄고 싸움도 잘하고 살상에 대한 죄책감은 요만큼도 없어서 사람도 잘 패고 잘 죽이는... 그렇게 타르텐 가에서 그가 고립된 것도, 결국 그가 타르텐에서 나와 기동대에 들어간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 크리스토프에게 정태의는 처음 만나는 유형의 사람이죠. 곧 크리스토프는 정태의가 내보여주는 요만큼의 애정에 매달리게 됩니다. 매달린다는건 어폐가 있지만... 뭐랄까 그 지랄맞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어미새를 따라다니는 아기새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어요. 정태의는 그 성격상 도저히 크리스토프를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지만 선을 긋지 않을수도 없지요. 크리스토프는 정태의가 자기 옆에 있으면 일레이처럼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거라 바라고 있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리하르트 타르텐은 크리스토프가 유일하게-정태의가 나타나기 전까지-어떤 감정을 내보이는 인물입니다. 곧 타르텐가의 가주가 될 그는, 모든 이들에게 너그럽고 다정한 성품으로 이름이 높지만 유독 크리스토프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완이 대단히 좋고 계략을 잘 짠다는 평을 받는 리하르트는 어릴적 크리스토프가 그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그의 성품을 정확히 짚어내자 수치와 모욕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평생을 걸고 승계경쟁에서 크리스토프를 이겨 그를 자신의 아래에 두기만을 간절히 바래왔어요. 얄궂게도 그가 그토록 오랜 시간에 걸쳐 복수를 다지는 와중에 크리스토프는 승계경쟁을 포기하고 타르텐 가를 나가버립니다. 닭쫓던 개가 된 리하르트는 당연히 크리스토프에 대한 증오를 키워갔지요. 그가 밑에 깔려 진저리를 치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할 만큼.


아무튼 리하르트가 크리스토프를 대하는 걸 보면 딱 어린애 그 자체입니다. 매사 따분하고 무료한 크리스토프가 자기에게만 어떤 감정-그것이 증오일지라도-을 느끼는 데 만족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허술해보이는 녀석에게 다른 감정들을 내비치자 참을 수가 없게 되지요
. 그러다 홧김에 한번 잤는데 그게 또 너무 만족스러워서,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약점-크리스토프의 어머니-를 찔러가면서 타르텐가에 붙잡아두려 합니다. 리하르트는 크리스토프를 잡아놓기 위해 그에게 상처 입히는걸 조금도 망설이지 않아요. 크리스토프 팔자도 참 사나운게 얘는 퍽 안쓰러운만큼 딱 정태의같은 다정한 사람 만나서 둥가둥가 살면 좋을텐데 코가 꿰여도 하필...


그렇게 마음껏 크리스토프를 휘두르던 리하르트는 정태의를 구출하기 위해 크리스토프가 타르텐에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하고 집을 나가자 정신을 차립니다. 무작정 가지말라는 말만 하는 그에게 또한 혼란스러웠던 크리스토프는 네가 찾아오라는 말을 남깁니다. 얼핏 오픈엔딩으로 끝나는 것 같지만 뒤에 이어지는 시리즈를 보면... 이어지는 시리즈를 꼭 보세요. 특히 suite side of D.S.는 정말... 디아포닉에서는 크리스에게 살짝 밀리는감이 있는데, 제대로 매력 터지는 리하르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




.



그렇다면 내게 줘. 얼굴이든 몸이든, 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모두 내게 줘.
어차피 너는 네게서 마음에 드는 거라곤 하나도 없겠지.



.



그거라면 나도 할 수 있는데. 나도 끌어안고 잘 수 있는데. 나도 그럴 수 있는데.
...추우니까, 나도 그래도 좋은데.



.



네가 보기엔 어때. 내가 보기엔 내가 미친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 이렇게 비참한 짓을 하면서, ...그런데도 갖고싶어서 안달을 하는데.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