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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유우지, 숲바다 : 용조야담

wgmg 2018. 4. 29. 02:30

숲바다 : 용조야담 (2012)
★★★★☆
야휼 × 사화현



600년에 걸친 용족과 붕족의 전쟁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길고 긴 시간동안 적대했던 두 종족은 평화협정을 맺으며 국경경비를 함께 맡기로 합니다. 시험삼아 먼저 남방의 수호신장인 붕족 고도의 영토에서 최초로 두 종족간의 합동 훈련이 시작됩니다.


사화현은 자리를 비운 수호신장 고도의 대리로 훈련원의 장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적대하게 되는 뱀과 새들을 한데 섞어 훈련원을 이끈다는게 쉽지만은 않아요. 게다가 땅의 주인인 고도는 벌써 반년이 넘도록 수도에서 코빼기도 비치질 않습니다. 전쟁에서 날개 한장이 떨어져나간 큰 부상을 입은 그는 욱신거리는 어깨를 쥐며 슬슬 군에서 물러나 숲을 지키는 숲지기가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날개를 세 쌍이나 지닌만큼 능력은 출중하나 매사 무심하고 칼같이 딱부러진다는 평을 받는 그에게 어쩐지, 자꾸만 시선이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야휼은 비가 내리는 숲을 바라보며 어쩐지 이 검은 숲은 또 하나의 바다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고 평범하게 훈련원 생활을 영위하는 그에게 때때로 다가오는 시선이 있어요. 담담하게 그에게 맺히는 시선은 무엇을 바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다가올 뿐입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신경쓰지 않던 시선이, 그 상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고 있는지도 암묵적으로 알아차리게 되지요. 그래도 두 사람 사이에 특별히 달라지는건 없습니다. 사화현은 그를 계속 바라보고, 야휼은 그 시선을 받아넘길 뿐이에요.



.


당신은 거기 있기만 하면 돼.


.



숲바다는 아주아주 잔잔한 소설이에요. 유우지님이 즐겨 쓰시는 짝사랑물이기도 하고요. 사화현이 야휼을 좋아한다는건 매우 초반에 두 사람 모두 알게 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것도 없어요.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그게 답니다. 고도가 돌아오고, 마지막 탈피가 시작되고, 사화현이 숲지기가 될 결심을 굳힐 때에야 작게나마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죠. 씬이 많이 나오냐면 그렇지도 않고 뭔가 대단한 어떤 사건이 발생하거나 긴장감이 흐르냐면 그것도 역시 그렇지도 않은데 어째서 무덤덤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토록 좋은지 모르겠어요. 아마 단권이 아니라 여러권이었다면 분명히 별 다섯개를 적어놨을겁니다. 장점을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저에게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짧다는 것이거든요. 외전이 하나만 더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나 딱 여기까지가 맞는것도 같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러모로 아쉬운듯 완벽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유를 한번 생각해볼까요. 두사람이 서로의 바다와 숲을 물숲이나 숲바다라 생각하는게 마음에 듭니다. 드디어 완벽해진 야휼이 그의 바다를 사화현에게 보여주기 위해 꼬박 하루를 허비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세상 무심한 사화현이 야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것도 좋아요. 서로의 눈을, 그 색깔을 보며 바다와 숲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 점차 시선을 못떼는 것도, 야휼이 개암을 까주며 딱 소리를 내는 것도, 사화현이 산책을 하며 습관처럼 두리번거리는 것도, 실내복을 입은 야휼이 다급히 사화현에게 달려오는 것도, 도무지 뭐하나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잔잔물에 짝사랑물에 무심수가 꽂히신 분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해요. 실은 꼭 그렇지 않더라도요.



.


노래해줘요.


.


내가 더 강해진다면, 아무도 내 것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무엇보다도 강해진다면.
당신은 나에게 와야 해. 나를 불러야 해. 오직 나만.


.


야휼은 울창한 숲만이 보이는 창밖으로 시선을 주다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이미 말라 있는 손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거라곤 더운 체온, 부드러운 감촉, 젖어 있던 목덜미의 희미하게 남아있는 감각 뿐.
손가락 끝을 핥아본 것은 충동적인 변덕이었다.
달았다. 혀에는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머리로는 단 맛이 느껴지는 기묘한 느낌이다. 그러나 분명히 그것은 단 맛이라, 야휼은 가만히 손의 냄새를 맡으며 핥아보았다.
역시 달다.
불현듯 갈증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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