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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그웬돌린, 인연

wgmg 2018. 4. 29. 03:30

인연 (2012)
★★★
우기련 × 이신연



이신연은 황태자를 처음 만난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린 그날부터 이때껏 그는 황태자보다 아름답고 다정한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황태자가 여동생과 공공연하게 맺어진 관계이더라도, 혼례를 올릴 나이가 지날때까지 그의 마음에 담긴 사람은 오직 그 한사람 뿐이어서, 이신연은 차라리 먼 곳으로 떠나 그를 잊어버리겠다고 다짐합니다. 차라리 그가  혼인을 한다면 마음이라도 정리가 될 텐데. 얄궂게도 병환에 시달리는 황제 때문에 태자비 간택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결국 여동생 이세연은 초초한 나머지 가림국에 단자를 넣어 왕비가 되는 길을 택합니다. 공개적으로 버림받은 황태자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걱정이 된 이신연은 전장에서 돌아와 그를 찾아갑니다.


저는 어지간해선 답답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인연은 좀 특별합니다. 그웬돌린님이 그간 쓰시던 문체에서 살짝 건조하달까요. 여전히 가볍고 편하게 읽히긴 하는데 어딘지 단맛이 빠져있어서 애절한 이신연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리는 것입니다. 종종 문체가 건조하다는 작품을 보면 문장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읽기에 거슬릴 때가 있는데, 인연은 전혀 아닙니다. 정말 글빨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어요. 제 취향이 아니라도 그웬님 글은 읽게되는 것을 보면요. ......사실 읽다가 하차하는 일도 왕왕 있습니다만.


사족이 길었습니다만 하여간에 답답한 글입니다. 이신연도 우기련도 답답하기 짝이 없어요. 이신연은 얘를 왜 백치로 착각했는지 알겠다 싶을만큼 멍청하고 우기련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것도 정도가 있지요. 서로 오해와 삽질을 끝도 없이 합니다. 차라리 이세연같은 성격이 주인공이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습니다만 이세연도 밉상이긴 마찬가집니다. 저는 짝사랑물을 좋아합니다만 이런 식의 삽질은 영 속이 터져요. 후에 우기련이 이신연에게 왜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는지 드러나기는 하지만 초반에 그는 절대권력자처럼 묘사되었기에 그 이유는 어딘지 빈약해보이지요. 그래도 버석하고 서걱이는 문장은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그웬님의 다른 작품인 화도월해와 함께 좋아하는 동양풍 글이기도 하고요.



.


이제는 빛바랜 고백. 더 이상은 반짝거리지 않은 채 파도처럼 밀려오는 아픔. 신연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나지 않았다. 울음에 목이 메이는데 정작 눈물은 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아프면 마음이 죽을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마음은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는 걸 신연은 처음 알게 되었다.


.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같은 부분이 있어서.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그 작은 부분이, 너무나 절실한 것이라서. 아무도 구할 수 없고, 아무도 볼 수 없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부분이. 그 작고 깊은 흠이 메워진다.

신연은 팔을 들어 황제를 안았다. 덜덜 떨고 있는 그의 품에서 같이 떨었다. 지금은 봄이어도 겨울이 온다. 하지만 분명 다시 봄이 오겠지. 겨울을 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얼어죽는다고 해도.

이 봄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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