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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to be & more than words (2011)
★★★★★
장의건 × 서치영



서치영은 재개발지역에서 작은 곱창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도산으로 쌓인 막대한 빚은 아직도 그에게 부담으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젠 그냥저냥 살아가는데 버틸만은 합니다. 재개발지구가 곧 공사에 들어가 가게를 빼야한다는 고민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는 그의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가게에 두명의 손님이 방문하게 됩니다. 서치영은 한눈에 그들을 알아봅니다. 그도 그럴게, 그 중에 한사람은 그가 학창시절 오랫동안 바라봤던 첫사랑-이자 짝사랑-상대거든요. 언제나 눈에 띄는 사람이었던 장의건은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서글서글한 사람 좋은 웃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보면서 서치영은 깨닫는 것입니다. 그가 그동안 장의건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리고 장의건 또한 그의 친구인 윤준영을 여전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마치 십여년 전 그들이 학생이던 그 시절처럼.


그리고 이야기는 서치영의 곱창에 입짧은 윤준영이 홀딱 반하면서 전개됩니다. 매일이라도 출근도장을 찍고싶다는 윤준영이 곱창을 먹으러 가게에 자주 들르자, 덤처럼 장의건도 따라붙습니다. 그러면서 순박한 사장님-서치영-에게 두 사람은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서치영이 순박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여러 시선으로 드러납니다. 서치영의 시선으로, 장의건의 시선으로, 윤준영의 시선으로, 심지어 권강희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호구와 착한사람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어요. 저에게는 그래도 호구는 아닌것처럼 느껴지는데 분명 호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그는 주관은 뚜렷하게 갖고 있습니다. 제 몫이 아닌 것이라 생각되면 욕심내지도 않아요. 그래서 그는-바보같은 정도로-진심으로 장의건이 그가 좋아하는 상대와 잘 되어 오랫동안 고인 마음이 보답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과는 별개로 그것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윤준영도 오랜 시간동안 바라보던 상대가 있거든요. 그리고 서치영 또한 윤준영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장의건은 아주 오랜 시간 윤준영을 좋아해왔습니다. 적당히 되바라진 어린애였던 시절부터 윤준영은 그가 자칫 빗나가지 않도록 삶에서 지침이 되는 존재였거든요. 그런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좋아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쌓이다보니 장의건은 그 오랜 시간 끝에 그에게 완벽하게 거절당했을 때에 오히려 어떤 홀가분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자꾸만 시선이 가는 곱창집 사장님과 시간을 점점 더 많이 보내면서 묘한 기분에 젖지요. 정말 소중하게 대해주고픈 친구를 이제야 만난 것 같은데, 어째 그거랑은 좀 다른 것도 같고. 그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 마음은 어떤 계기를 맞아서야 터져나오게 됩니다. 결국 돌고 돌아 그는 제목 그대로-그리고 서치영이 말했던 그대로-그가 있을 자리를 찾게 됩니다.



.


좋아합니다.


.


해 아래 두고 싶지 않아요.
반짝거려서, 잠시라도 눈을 뗀 사이 누가 가져갈 것 같아.


.



실은 전 어지간히 공편애인 사람인데도, 초반에는 장의건보다는 윤준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치영이 너무나 욕심이 없기도 하고 순하기도 하지만 그냥 어쩐지 윤준영이랑 더 마음편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유우지님 소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것입니다...


그러나, 본편에서는 그냥저냥 어딘지 조금 아쉽지만 서치영이 좋아한다니 됐다 싶은 인물이었던 장의건은 외전격인 more than words에서 그 매력이 도드라집니다. more than words는 몇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는데 장의건이 서치영을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게 아주 잘 드러나거든요. 나이먹은 남자 둘이 이름도 못부르고 쑥쓰러워 하는것도 그렇고 사소한 것들에 질투하는 것도 그렇고 아주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본편과 외전까지 합해서 꽉 채운 별 다섯개가 전혀 넘치지 않아요. 아무래도 저는 잔잔물이 취향인가 봅니다.



.


어떻게 이렇게나. 이만큼이나. 그런데도 날마다 그보다 더.


.


나는 이렇게 유치하고 볼썽사나워서 당신이 내미는 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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