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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K, 페이백 Payback

wgmg 2018. 4. 29. 06:30

페이백 (2010)
★★★★★
윤제이 × 이태민(이유한)



이유한은 사채업자의 밑에서 돈을 뜯어내던 전직 양아치입니다. 내키는 대로 굴리던 삶은 그 때문에 살해당한 동생과 치료시기를 놓친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완전히 변하게 됩니다. 그가 개과천선해서 새 삶을 살게 된 게 아니에요. 그저 이유한은 동생과 어머니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짓눌려 있을 뿐입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이들을 향한 그의 속죄는 오년간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사채빚을 갚는 것으로도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택배일을 하고 있고 막노동을 나갑니다.


방송국으로 택배를 배달하러 간 이유한은 과거 그가 수금하던 돈을 들고 도망간 옛 연인 송명신과 우연히 마주칩니다. 양아치 이유한을 동경하며 그와 닮고 싶다던 송명신은 나름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유한이 사채빚을 갚게 만든 주범이기도 한데, 어떠한 감정의 편린도 느끼지 못했던 이유한은 배달하다 마주친 송명신의 매니저에게 캐스팅됩니다. 평소라면 그대로 배달을 마치고 방송국을 나섰을 겁니다. 단지, 모른 체 지나치려던 그의 귀에 들린 한마디만 아니었더라면요. 송명신이 5년전의 사건을 의기양양하게 떠들고 있습니다.


동생이 차가운 바닥에서 죽어가던 그 날, 살인자에게 희생자를 알려주며 상황을 모면했던 송명신이 그것을 자랑스레 떠벌리는 것을 이유한은 묵묵히 듣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엿들은 이야기는 그의 죄책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그는 여전히 동생과 어머니를 죽인건 그 자신이라고 여기니까요. 하지만 이유한은 문득 깨닫습니다. 그가 짊어져야 했던 속죄의 댓가를 송명신은 아직 치루지 않았다는 것을. 복수를 결심하는 순간은 짧고 담담합니다.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려 옥상에 올라간 그는 옥상 한 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끊었던 담배를 딱 한대만 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피우다 버린 담배에 2억을 청구하는 또라이를 만나죠.




***



그러니까 넌 이제 못 숨어. 난 두 번 실수는 안 하거든.


***



내가 회사에서 잘리는게 두려운 사람으로 보여? 아니면 네 주위의 인기 얻고 싶어 난리 치는 연예인 지망생으로 보여?
다시 생각해 봐. 네가 한 번만 더 욕을 지껄이면 저 부러진 탁자 다리로 네 머리통을 깨버릴 사람으로 보일 테니까.



***


이 뼈를 으스러트리면 네 몸엔 내 자국만 남겠지?



***




속죄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유한의 경우는 특히 더 그래요. 용서해 줄 사람이 죽어버렸으니 그는 죄책감에서 끝없이 허우적댈뿐입니다. 이만하면 됐다는 브레이크는 그의 삶에 없습니다. 이유한은 송명신에게 복수를 결심함으로써 그가 완전히 새 사람이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그의 복수는 속죄의 연장선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채빚을 다 갚아 앞으로의 속죄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그가 선택한 새로운 방법으로 말이죠.


이제 무명 연예인 지망생으로서의 이유한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 분명 그는 복수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고 송명신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가는데도 이유한은 즐겁지 않습니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어떤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은데. 그의 주위에 마음이 쓰이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납니다. 심장을 흔드는 사람마저요. 그리고 그의 심장을 흔드는 윤이사님은...... 말해 뭐합니까. 그는 너무나 완벽한것을요. 윤제이는 뭐랄까, 자신감 쩔고 어느정도 미치기도 했고 살짝 병맛도 있고 때로는 돌았나 싶고. 여러모로 광공계에서 빠질 수 없는 캐릭터지요.


샴크님 소설이 대개 그렇듯 페이백은 사건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사실 리뷰를 굳이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안읽어본 분이 드물 유명한 작품이죠. 이유한도 나름 쎈캐라면 쎈캐인데, 윤이사 윤제이는 정말로 쎄-에-ㄴ-캐라서 그는 어쩔수 없이 휘둘립니다. 그럼에도 그의 속죄를 잊지 않지요. 그냥 윤제이에게 복수를 맡기면 그는 훨씬 편해질텐데 이유한은 그 손쉬운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혼자 울지 못했던 이유한이 울기 위해 윤제이에게 매달려야 할 때가 오고, 날아가버리려는 이유한을 잡아두기 위해 윤제이가 그의 손을 잡고 있어야 할 때가 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예요.


문득 떠오른 생각인데 지금이 18년이니 페이백도 연차가 꽤 오래 된 작품이네요. 혹시라도 안 읽어보셨다면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후속작인 페이드 페이백도 무척 즐겁게 읽었습니다만 이 본편만으로도 페이백은 제게 너무나 완벽한 작품이거든요.



***



날 죽이는 기분이 어때?


***



녀석이 아직 기분 나쁠 정도로 좋아보여 일부러 개에 비유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있었다. 이상한 조건을 덧붙이면서.
"전부 다 받아야 해. 내가 주는 대가는 전부 다. 무조건."
"그러던가."
이 미친놈아. 주고 싶어 환장한 그에게 확답을 주자 녀석이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나가듯 덧붙였다. 싱긋 웃으면서.
"참, 나중에 환불 따위 하면 너 죽여 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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