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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리다조, 쥬브나일 JUVENILE

wgmg 2018. 4. 29. 07:30

juvenile (2012)
★★★★
이얀 × 이견우



※ 근친물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안보셔야 할 거예요.



이견우는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사 아버지에 다정한 어머니, 천재 동생까지 화목한 집안이예요. 어릴때는 그래도 똑똑한 동생과 친하게 지냈던것 같은데. 어느새 주위 사람들은 이견우는 안중에도 없이 동생만 챙기고 있습니다. 예민한 사춘기 시기인 그가 한도끝도 없이 비뚤어지는 것도 나름대로 이해할 법 합니다. 자꾸 엇나가는 자신에 대한 자각은 있지만 본인을 바꾸는건 쉽지 않습니다.


흔해빠진 불량 청소년으로써 갖가지 사고란 사고는 다 쳐본 이견우에게도 남자가 고백하는 건 처음 겪는 일이죠. 같은 반 정나일은 친구들 앞에서 옷을 벗으면 사귀어준다는 말에 정말 옷을 벗습니다. 개망신을 주고나니 조금 불쌍해보이기도 해요. 정신을 차려보니 정나일과는 자꾸 이상하게 얽히고 있었고 이견우는 될대로 되라며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완전한 진창이 기다리고 있지요. 졸지에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아 정나일이 입원한 병원에 다녀오던 이견우는 온가족과 함께 교통사고에 휘말립니다.



***




이견우...... 나 버리지 마. 버려두고 어디 가면 안 돼.




***




사실 네가 내 몸을 쪼개주었으면 좋겠어. 부셔버리고 파편을 먹어치웠으면 좋겠어. 그러면 나는 너에게 소화되어 네 몸의 피가 되어 혈관에 흘러다니며......네 일부가 되겠지.
그러면 네가 지금 얼마만큼의 크기로 날 사랑하는지 알겠지.



***





교통사고 전 이견우는 도무지 쉴드를 쳐줄 수가 없는 인간 군상이예요. 발랑 까진데다 되바라진 어린애죠. 교통사고 이후에야 그는 세상이 얼마나 험한지 알게됩니다. 당연히 이견우는 변하게 되지만 하루하루 버티는 사이 모난 부분이 조금이나마 깎여나갔을 뿐이예요. 모든걸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둘 밖에 없다는 불안이 얼마나 심한지, 이견우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는지는 그가 동생에게 발정한 걸로 알 수 있어요. 충동적으로 몸을 섞자 죄책감이 밀려와 늘 바르던 동생이 왜 함께 어울렸는지에는 미처 생각이 닿지 않습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관계는 습관적으로 반복되고, 죄책감과 배덕감에 허우적대면서도 몸은 쉽게 반응하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견우는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이얀은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똑똑할 뿐 아니라 반듯하고 올바르게 자란 집안의 자랑이죠. 자꾸 엇나가는 형은 완전한 골칫덩이지만 이얀은 그가 얼마나 눈길을 끄는 사람인지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형에 대한 이야기를 끊지 않거든요. 기억도 안날 아주 어릴 때부터 형에게 집착했던 이얀은 형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자신에게 돌려놓으려 애를 씁니다. 덕분에 주위의 사랑은 듬뿍 받지만 형과의 관계는 멀어졌지요. 형에게 미움받는건 알지만 그가 곁에 있다면 그래도 좋았습니다. 잘생긴 이견우가 여자들을 후리고 다녀도 괜찮았어요. 그는 마음을 감출 수 있었습니다. 정나일이 형에게 들러붙기 전까지는.




***



넌 불행해져. 내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




사실 근친물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리다조님의 서술은 거리낌이 없어요. 모든 서술에서 형, 동생이라 지칭되는데 그 호칭에서 오는 배덕감이 엄청납니다. 주인공들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배덕감은 배가 되지요. 씬도 굉장히 자주 나와서, 제가 읽어본 리다조 님의 글 중에서는 씬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일 거예요. 가장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반전 덕분에, 엔딩씬이 오히려 조금 허무할 지경입니다.



아마 근친물 중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은 키에님의 레퀴엠이 아닌가 싶은데, 미쳐 돌아가는건 물론 그와 비교할 수 없지만 쥬브나일은 굉장히 꼼꼼하게 쓰신 글이죠. 소재만 취향에 맞는다면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형이 무슨 짓을 하든 나는 형을 놔줄 생각이 없어. 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난 형을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얼마든지 제멋대로 굴어도 괜찮아.



***



'얀아. 나 사실 견우한테 고백했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형과 정나일에 대한 소문이 나버렸다. 정나일이 형에게 고백했다는 소문은 아주 빨리 퍼졌다. 정나일은 이후로도 내게 와서 형과의 일을 빠짐없이 보고했다. 왜 시시콜콜하게 나한테 다 얘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정나일은 내 비밀에 대해 눈치채고 있는걸까. 내가 어떤 눈으로 형을 보고 있는지. 그래서 형한테 고백해버렸나.

안달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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