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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 BY DROP (2014)
★★★
한무화 × 서정운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인 정무도는 그 정점에 있는 정원사범들의 의견 대립으로 계파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본래 타고난 신체를 중시하는 체련과 수양을 통한 정신력을 중시하는 정련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지요. 그중에서 정련의 하원사범 서정운은 정무도와 관련된 사람들에겐 아주 유명한 존재입니다. 대회에서 우승은 해본 적 없지만 입상은 여러번 할 만큼 빼어난 실력을 가졌고 정무도를 할 때면 그의 동작은 교본과 같다고 하지요. 그리고 사범으로써도 이름이 높아, 제자들을 혹독하게 몰아치기로 악명높지만 선을 다듬고 제대로 만들어놓는 솜씨는 정련과 사이가 좋지 않은 체련의 정원사범도 탐을 낼 정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도무지 손쓸 수 없을만큼 구제불능 수준인 여성편력 때문입니다. 여자와 관련된 이슈가 안터질 때가 없고 흉흉한 루머는 언제나 그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입놀림은 얼마나 독하고 날이 서있는지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그가 사고를 당해 정무도를 완전히 접고 나서도 그는 여러모로 잊히지 않는 존재로 남아있습니다.





***





"네 삶이 네게 공평하길 바라. 네가, 공평하다고 여기는 삶을 살기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삶을. 그렇다면 그는 그 끈질긴 노력과 성실로 그가 원하는 것들을 분명 그러쥘 수 있을 테니. 그렇게, 그가 공평한 삶을 살길 바랐다.





***





보고 싶은데, 보러 오는 것 말고 무슨 방식이 있습니까?




***





이야기는 정무도를 그만둔 서정운이 허한 마음을 채우려 한강으로 산책을 나가며 시작됩니다. 딱 봐도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덩치 큰 청년이 조그만 개를 데리고 무뚝뚝하게 대응하는 그 반응이 얼마나 귀엽던지, 어느새 서정운은 그를 만나기 위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이라고 위로하기에도 굉장히 피곤한 팔자에 자꾸만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기다니.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는건 순식간입니다.


어떻게 한번이라도 더 자주 볼 수 없을까 고민하던 어느날. 그의 스승인 한태일의 소집으로 본원에 끌려간 서정운은 또다른 정원사범 한수일의 옆에 있던 한강에서의 청년, 한무화와 마주칩니다. 정무도와 인연이 완전히 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있나요. 한무화를 보기 위해 서정운은 본원에 들락거리다 어떤 계기를 통해 정식으로 한무화를 가르치게 됩니다. 정련 사범과 체련 제자, 이것만으로도 성립되기 어려운 조건인데 그 사람마저 서정운이라니요. 그가 본원에 다니며 새롭게 꼬실 여자는 누굴지에 대해 모든 관심이 쏠립니다.


미국에서 각종 운동을 했던 한무화는 정무도를 접하자 푹 빠지게 됩니다. 신체조건도 워낙 뛰어난데다 기량은 더욱 특출나서, 그를 가르치는 사범들마다 혀를 내두르지요. 우연한 일로 손버릇에 관해 조언을 해준 서정운에게 계속 사사받고 싶던 그는, 뜻밖에 찾아온 그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설마 서정운이 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몰랐지요. 서로에게 갑작스러운 고백의 순간이 지나고, 둘은 앞으로도 스승과 제자로 지내기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만 어쩐지 점점 거리를 두려는 서정운에게 한무화는 서운함을 느낍니다. 변함없이 전처럼 지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서정운이 그를 밀어내자 한무화도 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피하시는 건 좋은 방식이 아닙니다. ……한 달 전부터, 피하시면 안 되셨습니다.




***





서정운은 여자운이 더럽게 없어요. 어쩌면 저런 여자만 꼬일까 싶을정도로 팔자가 사납지요. 길가다 마주쳐 인사만 해도 애인이 되고, 함께 밥을 먹으면 결혼할 여자라는 소문이 납니다. 정무도를 할 때에도 소문이 자자했는데 작곡을 하면서는 기사까지 나는 형편입니다.


그래도 안쓰러울 여지가 별로 없어요. 끊어낼 부분은 본인이 끊어내야 하는데 무슨 성자라도 된 것마냥 알아서 꽃뱀에게 자선사업 중이거든요. 그가 순진해서 당하는게 아니에요. 애정에 기반한 것도, 착해서 죄다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요. 서정운은 신체적인 부분 이외에서도 여자를 약자로 대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여자라는 이유로 본인이 감당해야할 책임을 온전히 지지도 못하게 하나요.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대했다면 그냥 오지랖이 넓나보다 이해하려는 시늉이라도 하지 거참. 읽는 내내 짜증이 났네요. 저런 여자들만 꼬이는 게 이해가 갑니다. 제정신이 박힌 어떤 여자가 저런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를 만나겠어요.


개인적으로 유우지님이 쓰신 글 중에 가장 소재가 겹친다고 생각하는 글이예요. 적상이 안 떠오를 수가 없네요. 흘러가는 흐름도 비슷하고요. 딱히 꼬집을 순 없지만 그외에도 유우지님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묻어납니다. 저는 이상하게 분위기나 소재가 전혀 다른 춘풍난만도 생각나더라구요.


그래도 분위기는 적상의 그것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저 위에 적어둔 부분만 빼면 서정운은 완전 매력이 넘치기도 하고요. 유우지님께서 왜 굳이 저런 설정을 넣으셨는지, 혹은 다른 방향으로 넣으실 순 없었는지, 정말이지 아쉬울 뿐입니다. 그런 서정운에 비해 한무화는 존재감이 덜합니다. 인터미션마저 없었다면 정말...... 그래도 무심공과 집착공의 묘한 조합은 훌륭해서, 정면으로 들이대는 건 언제나 마음에 들지요.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거예요.




***






계속,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늘 서정운 사범님은 저와 이렇게 하고 있어서,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





저는 사범님이 정무도를 하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지도도, 조언도 안해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범님이 절 안볼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볼 겁니다. 사범님이 설령 어딜 가시더라도, 뭘 하시더라도, 그건 사범님이 혼자 결정하실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혼자 결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원하시는 대로는 안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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